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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행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 살이야 열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이 '시'는 태백.철암 현장탐방 시 사진작업의 발표와 시상식에서 고동환교수님께 낭독하신 '시'로 뜨거운 환영을 받은 '시'입니다.
태백에서 들어야 제 맛이지만 그 여운을 같이 느꼈으면 해서 소개 해 드립니다.
사진은 영락없이 '시'를 닮았고 '시'를 닮아야 한다는데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