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넘코리아전’
세계적 저널리즘 사진작가들, 21세기 한국사회를 말하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1년전, 어느 술집에 네 명의 실업자가 모였다. 그들은 바로 전쟁사진의 거장 로버트 카파, 종군기자로 유명한 조지 로저, 순간 포착의 대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을 위해 전쟁터를 누비던 데이비드 세이무어였다. 모두 우리가 세계적인 보도 사진계의 대부라고도 부르는 인물들. 그들은 편집권으로부터 소외된 자신들의 현실에 환멸을 느꼈고, 즉석에서 마시던 술병의 이름을 따서 그룹을 결성했다. 바로 ‘매그넘’이다.

매그넘은 총 60여 명으로 이루어진 국제 자유 보도사진작가 그룹. ‘1947년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창립됐다. 다큐멘터리, 저널리즘 사진의 최고봉인 그들은 특히 단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이것이 바로 현실’이라는 사실을 인류에게 일깨워 주는 작가들로 유명하다. 역사적인 현장 속의 숨겨진 진실을 캐내는 탐험가들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는 인물들이다.

지난 8월까지 유료관객 13만명을 모으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들의 사진전이 대전을 찾아 왔다. 매그넘 작가 20여명이 한국의 과거, 현재의 모습을 저마다의 시각으로 담아낸 432점의 사진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이다.

매그넘 정회원이자 각 주제별 전문사진가 20명은 지난해 한국의 서울, 지방 곳곳을 누비며 종교, 전통, 도시와 지방, 빛, 젊음, 영화 등을 테마로 해 사진을 찍었다.

주제전은 8개의 범주로 분류되어 있다. 개별공간 주제는 ▲한국의 종교 ▲한국의 문화 ▲서울 그리고 도시 ▲자연 그리고 삶 ▲즐겨라 코리아 ▲입신양명 ▲사랑과 결혼 등이다. 주제전은 21세기 한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기록, 해석, 전망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지금은 불에 타버린 숭례문의 장업한 모습도 이번 전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매그넘 작가 20명 가운데 유일하게 숭례문을 촬영한 영국의 이언 베리의 숭례문 사진은 올해 초 숭례문이 소실되기 한 달 전에 촬영한 작품. ‘인간에 대한 접근’이라는 그의 사진 철학답게 숭례문은 그저 배경으로 존재해 더욱 빛난다.

당대 최고의 저널리즘사진가들이 결성한 이 장인 클럽은 언제 어디서든 ‘상황과 진실’을 환기시킨다는 주체성과 자유가 신조다. “이제 우리가 원하는 진짜 사진을 찍자!”라고 외치며 시작했던 매그넘의 매력적인 사진의 세계에 문을 두드려보자. 매그넘코리아전은 오는 21일부터 12월14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 042(602)3200
 
2008.10.16 대전일보 김효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