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jpgG3-(1).jpgIMG_1806_2.jpg<38: Tatsuo Miyajima>

2008.09.03 ~ 2008.11.02
몽인아트센터

 

다츠오 미야지마의 작업에는 언제나 숫자가 등장한다. LED(Light Emitting Diode), 페인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미야지마의 작업에 등장하는 1에서 9까지의 숫자는 유한하면서도 무한히 반복되는 인간의 삶과 생명을 의미한다. 태어나는 순간 기록되는 생일에서부터 죽는 순간에 기록되는 날짜까지 우리는 삶에서 무수한 방식으로 숫자를 접하고 그 숫자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한 점에서 미야지마는 LED를 이용한 초기작업인 <Clock for 300 Thousand Years>(1987)에서 <Mega Death>(1999), <Time River>(2004), <Changing Time with Changing Communication>(2005)에 이르기까지 숫자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미야지마는 100조각의 LED로 이루어진 <100 Time Lotus>를 선보인다.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인간의 생명과 윤회를 의미한다. LED는 빛을 통해 한 개의 회로 안에서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반복해서 표시한다. 몽인아트센터의 연못에 잠겨 연꽃과 함께 빛을 내는 LED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숫자들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인간의 삶을 은유한다. <100 Time Lotus>는 여러 다른 개체들의 삶의 시간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반면에 <Far Line 38><Counter Skin at 38° in South Korea>38이라는 숫자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역사적, 정치적인 경계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Far Line 38>은 이전 작업인 <Counter Line No.2>(1989)와 맞닿아있지만, 38선이라는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장소를 선정하여 지칭했다는 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LED가 촘촘히 박힌 띠가 둘러진 <Counter Line No.2>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숫자를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시간을 상징하였다. <Far Line 38>은 분단된 정치적 공간인 한국을 상징하는 38선 안에 1부터 9까지 변화하는 삶의 숫자를 담음으로써 보편적 시간 안에 특수한 역사적 공간성을 부여한다. 미야지마는 이미 이전 프로젝트인 <감나무 프로젝트(Kaki Tree Project): Revive Time>에서도 원폭이 떨어진 나가사키(Nagasaki)에 감나무를 심음으로써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의 시간을 피폐해진 역사적 공간에 담으려고 노력한 바 있다. <Far Line 38>에서도 변화하는 숫자는 38선이라는 역사적, 정치적 경계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간의 보편적인 삶을 보여준다.

일반인들이 자원해서 이루어진 워크샵으로 진행된 <Counter Skin at 38° in South Korea>는 보편성 안에 장소성과 역사성이 드러나는 사진 작업이다. 참가자들은 임진각과 태풍전망대에서 진행된 워크샵에서 인위적 경계선인 철조망과 대비되는 자연을 배경으로 자신이 선택한 숫자를 골라서 몸의 각 부위에 그려 넣고 사진을 촬영하였다. 2007년 히로시마(Hiroshima) 2008년 독일 렉링하우젠(Recklinghausen)에 이어 한국에서 이루어진 이 워크샵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삶과 긴밀히 연결된 숫자를 고르고, 그 숫자를 체화하였다는 점에서 삶을 상징하는 다츠오 미야지마의 숫자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작업이다. 국적이 다르면 통하지 않는 언어와 달리 숫자는 가장 보편적인 의사소통의 체계로서 기능한다. 특히 피부에 직접 붓으로 페인팅을 하는 작업은 피부 색깔과 국적이 달라도 같은 감촉을 지니고 있는 인간의 피부를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커다랗게 프린팅된 사진 작업에서 관람객은 참가자들의 땀구멍과 미세한 털을 물들인 숫자페인팅을 보며 보편적인 인간의 삶의 감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워크샵이 진행된 임진각과 태풍전망대는 남과 북이 대치하는 정치적 경계로서 특수한 역사적 공간이다. 인위적으로 그어진 철조망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간의 삶을 상징하는 숫자와 참가자의 뒷배경으로 펼쳐진 자연과 대비되어 작업에 특수성과 역사성을 부여한다. 실제로 워크샵 참가자들 중 50여 년 전 6.25전쟁 당시 어린 나이에 38선을 넘어 피난하였던 실향민이 포함되어 있어 역사적 장소에서 드러나는 보편적 인간의 삶의 연속성을 실감케 하였다.

다츠오 미야지마의 작업에서 숫자는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다양한 삶의 방식을 상징한다. 일련의 반복된 숫자 작업들을 통해 작가는 끊임없이 삶과 죽음, 윤회의 문제를 다루어왔다. 몽인아트센터에서의 전시는 이에 한발 더 나아가 보편적 삶의 연속성을 다루면서도 남과 북의 대립 속에 38로 상징되는 역사적 장소들과의 연관성을 모색하였다는 점에서 미야지마 작업의 변화를 가늠케 하는 전시이다.



<다츠오 미야지마의 작업 현장>






다츠오 미야지마

1957년 도쿄에서 출생하여 도쿄국립예술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이바라키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다츠오 미야지마는 1983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전 세계 유수의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60여 회에 걸친 개인전을 열었고, 베니스 비엔날레, 상하이 비엔날레, 시드니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등 국제적인 비엔날레와 다수의 단체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작업을 선보여왔습니다.

다츠오 미야지마는 LED라는 첨단 테크놀로지와 동양의 생명 사상을 접목한 작품으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아 왔습니다. ‘무()’와 ‘죽음’을 의미하는 숫자인 0을 제외하고, ‘생명’을 의미하는 1에서 9까지의 숫자가 차례로 점멸하는 그의 ‘카운트장치’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생명의 에너지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1부터 9까지 숫자를 세어가는 그의 행위는 스펙터클한 이미지로 에워싸인 현대인들에게 시간과 존재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