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마음을 찍어낼 것인가




오체투지. 불교에서 행하는 예법의 한 형태로서 온몸을 던져서 절하는 자세를 말한다. 오체에 해당하는 신체부위 즉 양 무릎과 양팔 그리고 이마를 바닥에 대는 것이니 사실상 온몸으로 바닥에 엎드린 자세다. 절 중에서도 가장 큰절에 해당하는 오체투지는 상대방에 대한 절대적인 존경과 경외심 그리고 간절한 마음을 전달한다. 최광호의 사진 찍기가 그렇다. 최광호는 온몸을 던져서 사진을 찍는다. 이 말은 흔히 실체가 없는 허사나 허언에 그치기 쉽고, 짐짓 꾸밈말이나 수사적 표현에 머물기 쉽지만, 작가의 경우에 이 말은 사진을 찍는 과정이나 사진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그 말 그대로 꼭 들어맞는다.


작가는 사진과 더불어 살고 사진과 한 몸으로 생활한다. 사람은 관계적인 동물이다. 그는 결코 관계를 벗어나서 존재할 수는 없다. 타자와의 온갖 관계들 속에서 비로소 그 존재가 성립되고 발현되는 것. 작가는 이렇게 자신과 인연의 망으로 연결된, 그래서 자신의 일부가 된 사람들의 삶의 순간들을 기록하고, 나아가 무슨 입회라도 하듯 죽음의 과정들을 기록한다. 심지어 죽음 이후에 사진으로 지방을 대신하기조차 한다. 그에게 사진은 삶이며, 죽음이며, 순간이며, 과정이며, 시간이며, 호흡이다. 그리고 걸핏하면 훌렁훌렁 벗는다. 세계와 독대한다고도 벗고, 서로 교감한다고도 벗고, 고성산불이 나 산이 헐벗었다고도 벗고, 칠흑 같은 암실 속에서 어둠을, 심연을, 우주를 품는다고도 벗는다. 도무지 그에게 가식이 들어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그가 벗는 것은 가식 없는 세계와 가식 없이 대면하고 교감하고 서로 품기 위해서다. 세계가 가식이 없으니 나도 가식이 없어야 서로 격이 맞다.


최광호는 온몸을 던져서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자신과 지인들의 몸을 등신대 크기로 찍어낸 일련의 포토그램 사진들에서 이 말은 꼭 이 말 그대로이다. 전작에서 작가는 자연과 사물과 교감한 순간과 과정과 흔적을 포토그램 사진으로 찍었고, 근작에서 그 대상을 신체로 옮겨왔다. 하지만 정작 이처럼 신체를 모티브로 한 포토그램 사진은 사실은 자연과 사물을 대상으로 한 경우만큼이나, 혹은 그 보다 더 오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주로 명실 포토그램 사진을 통해서는 자신을, 그리고 암실 포토그램 사진을 통해서는 지인들을 찍어낸다. 그래서 자신을 피사체로 한 경우의 사진들이 몸에 바른 정착액이 인화지에 남긴 여실한 흔적으로 인해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고, 지인들을 모티브로 한 경우의 사진들이 상대적으로 보통의 사진의 질감이나 생리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등신대 크기의 풀 사이즈나, 마치 액션페인팅을 보는 것 같은 회화적인 화면, 그리고 최소한의 음영만을 간직한 실루엣 형상이나, 모노톤의 은근하고 절제된 색조가 보통의 사진은 물론이거니와 나아가 일반적인 포토그램 사진과도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신체를 매개로 한 회화 같고 드로잉 같은 사진, 사진이 무색한 사진, 사진의 형식을 지양하는(부정하면서, 파괴하면서 실현하는) 사진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여기에 물이 가득한 바트에 몸을 담아낸 신체 이미지가 물 속을 헤엄치는 듯도 하고, 밑도 끝도 없는 심연(마음) 속을 유영하는 듯도 하고, 가없는 우주 속을 부유하는 듯한 친근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화면에 흩어져있는 곡물들, 밥의 알갱이들이며 생명의 씨알들이 존재론적인 비전을 더한다. - 고충환(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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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ho Choi, Mind., Unique Chromogenic Print, 317x7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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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ho Choi, Mind., Unique Chromogenic Print, 319x7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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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ho Choi, Mind., Unique Chromogenic Print, 358x7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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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ho Choi, Mind., Unique Chromogenic Print,277x7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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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ho Choi, Mind., Unique Chromogenic Print, 105x73cm

 

제목 최광호 개인전 마음이다
기간 2010-11-17~2010-11-29 장소 인사아트센터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