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scape

김승영展 / KIMSEUNGYOUNG / 金承永 / video.media.installation

2008_0609 ▶ 2008_0712 / 일요일 휴관



김승영_세상의 꽃_혼합매체_233×130×130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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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8_0609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분도_Gallery Bundo
대구 중구 대봉동 40-62번지 P&B Art Center 2층
Tel. +82.53.426.5615
www.bundoart.com






설치미술가 김승영은 자연을 작품공간 안에 품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규모 국내외 야외설치 미술행사와 비엔날레, 그리고 미술관 전시 등을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대상을 소재로 관조와 명상의 공간을 창조하는 작업을 해왔다. 김승영의 작품에 자주 이용되는 물은 숨겨진 자연의 정신을 반영하는 매개체로 주로 반사와 파장 형식으로 나타나는데, 여기서 ‘반영’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맺기’를 실현시키는 장치이다.




김승영_mind_스테인리스스틸, 물, 교반기_84×54.6×54.6cm_2004


둥글고 야트막한 금속통들이 야외 산책로를 따라 땅에 박혀 있는 「물 징검다리」 수면 위로 ‘물 오솔길’을 거니는 관람자의 모습이나 주변의 나무, 하늘과 구름이 투영된다. 황금빛 도토리과 낙엽들이 질서정연하게 두터운 층으로 쌓여진 「반영」에서는 지속적으로 10초 간격으로 한 방울의 물이 천장에서부터 바닥의 둥근 홈에 고인 물에 떨어지면서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다. 이 한 방울의 물 안에는 세상의 첫 아침에서부터 우리 기억의 움직임을 은유하는 매체가 된 물의 흐름이 결정(結晶)되어 있다. 흐르는 물이 스스로를 소유하고, 녹아들고, 그리고 사라져 버리듯이 이 결정이 던진 파장은 순차적으로 천장에 일렁거리는 물그림자로 연결되다가 잦아들면서 영구한 우주생멸의 순환을 표상한다. 이렇듯 김승영은 지금까지 「반영」, 「기억의 방」 연작과 같은 설치작업을 통해 먼 기억의 이미지로부터 추출되는 레미니선스(reminiscence)의 공간을 창조해 왔다.




김승영_자화상_단채널 비디오 영상_1999


이번 갤러리 분도 전시는 김승영이 작년 12월에 발표한 「세상의 꽃」을 포함하여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의 문제를 다루는 미디어 화분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비롯된 영상작업으로부터 시작하여 보편적인 소통의 가능성을 꿈꾸는 미디어조각 작업으로 전시공간이 연결된다. 전시장을 들어선 관람자의 시선을 첫 번째로 끄는 「자화상」은 벽에 부착된 실물 크기의 초상사진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것을 작가가 다시 제자리에 부치는 작업이 12번 반복되는 영상작업이다. 이미지로서 사진 속 작가는 확실한 실재감을 가지고 관람자를 직시하고 있지만 실제 작가는 마치 환영처럼 뒷모습으로만 나타나선 이미지 안으로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매번 사진이 다른 형태로 서서히 구겨지다가 한 순간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바닥과 부딪히는 충격으로 울리는 소리, 이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의 어려움에 의해 남겨진 끊임없는 상처를 은유하는 것이라 하겠다. 김승영의 예술세계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처와의 대화를 통해서만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김승영_엘리베이터_00:03:23_단채널 비디오 영상, 음향_2007


비오는 어느 날 우연히 백화점 건물 외벽의 유리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 착안한 영상작업 「엘리베이터」에서는 멈춤과 움직임의 반복이 발산하는 리듬감각이 굽이굽이 연결되는 우리 삶의 리듬을 환기시킨다. 작가의 친구가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구조로 작곡한, 필 글래스의 뉴 뮤직을 연상시키는 음악은 이미지가 발산하는 리듬감각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김승영_세상의 꽃_혼합매체_233×130×130cm_2008


김승영은 이전의 관조와 명상의 세계 대신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세계를 보여주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구성하는 각양각색의 장면들을 담은 5×6cm 크기의 액정화면 꽃다발로 이루어진 「세상의 꽃」에서 바벨탑 형상의 화분은 현대사회의 갖가지 병폐의 원인이 의사소통의 부재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가 직접 촬영했거나 혹은 전문 사진작가로부터 협찬을 받은 2000여개의 이미지들이 저장된 액정화면들로 구성된 꽃들은 이 세상의 다양한 가치를 유통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내재하고 있다.




김승영_Watch_mp3, 스테인리스스틸, 전기장치_가변크기_2008


「Watch」는 미디어 꽃들이 만발한 「세상의 꽃」과는 달리 화분에 꽂힌 단 한 송이의 꽃이 센서작동에 의해 좌우로 움직이다가 관람자와 마주보는 시점에 딱 멈추게 되는 작품이다. 전시공간에 피어있는 10개의 미디어 꽃들은 마치 아프리카 초원에서 집단적인 생활을 하는 작고 귀여운 동물 미어캣이 발돋움을 한 채 좌우를 살피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세상을 향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이 작품이 추구하는 소통과 교류의 문제는 3개의 작은 LCD 화면 속에서 지평선을 따라 각기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여 서서히 마주치고는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두 선박이 남기는 여운에서도 강조된다.




김승영_섬-만남_비디오 영상_00:05:10_2008



김승영_mindscape展_갤러리 분도_2008


이미지-사운드-관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인터랙티브 아트의 전형을 보여줄 이번 전시에서 김승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이해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한다.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의 비전을 제시할 이번 전시는 관람자의 참여에 의해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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