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불면증


수많은 인파 속에서 고독한 개인의 모습은 익숙한 현대인의 풍경이다. 종일의 바쁜 일과 후 매연 낀 파스텔 톤의 하늘로부터 휴식하는 현대인의 감성에는 도시 속 우울이 내재한다. 도시의 소외와 절망, 그리고 욕망과 망상은 밤을 불면하게 한다. 그 도시의 한 구석, 눅눅하고 퀴퀴한 1인용 공간에서 거주하는 작가 김형은 도시의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는 불면증 환자이자, 카메라를 든 채 도시의 열정과 소외를 찾아 배회하는 방랑자이다. -작가노트 중, 문의 02)6085-1805


 



감시. 잉크젯프린트 40cm x 53cm 2008년


 


요동하는 포오즈들
김형의 사진은 불안스럽게 흔들린다. 그러나 흔들리는 피사체는 움직임이 없는 부동의 자세로 서 있을 뿐이다. 그의 사진은 사진가의 손이 흔들렸던 순간들이다. ‘찰칵’하는 몇 초간의 손의 떨림은 살아있는 몸의 기록으로, 사진가 자신의 실존을 증명하는 행위이다. 사진가의 실존적 상황인 ‘불안’은 흔들리는 손을 통해 사진으로 물질화된다. 불안은 살아있음이 요동치는 순간이다. 다수의 현대인들이 일상 속에서 직면하는 생의 불안정과 불확실함이자 역으로 살아있고자 하는 존재의 의지이기도 하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흔들림은 피사체와 공명하며 요동하는 포오즈들로 기록된다. 불안, 이는 카메라 앞에서 멈추어 선 피사체의 실존이다.



개미 잉크젯프린트 40cm x 53cm 2008년


 


사진을 그리다
이전에 필름 카메라로 흑백 사진을 찍던 작가는, 도시에 와 생활하면서 디지털 카메라로 컬러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다. 도시의 바쁜 속도와 분주함,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순간들을 감지하기 위한 변화였다. 그는 피사체를 발견하여, 현실적 리얼리티의 실체를 사진으로 그려낸다. 손의 떨림으로 피사체에 드리운 불안의 그림자를 드러내고 내면에 가려진 꿈, 망상, 열망, 고독, 공포, 상처, 우울 등의 정감들을 손으로 그려낸다. 이러한 분위기는 사진의 색채를 통해 느낄 수 있다. 그의 사진에서 색감은 회화에서의 붓 터치처럼 신체적으로 다가오며 심적인 감흥을 전달한다. 사진가의 시선은 통찰하는 몸을 통해 리얼리티를 획득하며 사진을 그린다.



난 괜찮아.잉크젯프린트 74cm x 111cm 2008년


불안이 일깨우는 생
김형은 사진을 통해 끊임없이 불안한 존재의 순간들을 증명한다. 적막한 밤, 인공 불빛을 발하며 무언가를 주시하고 있는 피사체는 단절된 소통의 고리에서 좌절된 욕망으로 공허해보이면서도 그러함에도 소통을 갈구하는 의지로 보인다. 사진 속 우울한 나날들은 현대인의 내적 심상들을 환기하며 생의 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작가노트 중



연기.잉크젯프린트 40cm x 53cm 2008년



커텐 잉크젯프린트 43cm x 53cm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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