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화된 도시의 교회와 아파트


 



화덕헌, 아파트001, C-print, 230x180cm, 2008 


도시는 여러 겹의 무늬를 가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무늬가 생겨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있었던 흔적이 사라지기도 한다. ''신발집''은 사라지고 신발값 보다는 싸다는 타이어 가게의 간판이 어느새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보급율의 영향이다. 아울러 휴대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도시의 길모퉁이는 휴대폰 광고와 휴대폰 대리점이 다 차지했다. 반면 ''공중전화기''는 무용지물이 되어 사라진다. 동전 수북이 쌓아 놓고 애인에게 전화 걸던 청춘의 무늬가 지워진 것이다.



화덕헌, 아파트001, C-print, 230x180cm, 2008 


도시의 주거 문화 역시 무늬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도심 재개발이나 신도시 건설 등을 통해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아파트의 등장과 함께 1970년대 70%대에 달하던 주택 자가율은 이제 50%대로 떨어졌다. 집을 지으면 지을수록 집 없는 사람이 늘어나는 기이한 통계적 현상을 우리는 보고 있다. 아파트의 주거비율이 주택을 앞지른데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대단지화, 초고층화, 고급화를 지향하고 있다.



화덕헌, 아파트003, C-print, 230x180cm, 2008


사람이 디자인을 선택하고 결정한다. 마찬가지로 디자인 역시 우리를 삶을 규정하고 재편하는 것은 아닐까? 아파트 주거형태라는 독특한 디자인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태도를 바꾸어 놓는다는 것은 이미 진부한 발견인지도 모르겠다. <홀리시티>는 아파트라는 디자인이 이끌어 낸 우리 인생의 여러 면면 중에서 대형교회라는 기이한 종교적 무늬와 관련된 시선이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자리에서 교회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교회는 복을 베풀고, 교인들은 큰 교회에 모여 복을 달라고 기도한다. 이렇게 아파트와 대형교회는 함께 성장한다. 마치 신전처럼 웅장한 예배당과 하늘 높을 줄 모르는 고층 아파트의 위용을 보고 있노라면 하늘을 향해 큰 돌을 쌓았던 스톤워쉽이 생각난다. 아파트와 교회라는 두 개의 거대한 이미지야 말로 지금 우리 사회의 흐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물건이 아닐까?



화덕헌, 교회001, C-print, 230x180cm, 2007



화덕헌, 교회002, C-print, 230x180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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