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살던 동네도 그랬다. 강물이 휘돌아 나가는 조그만 동네. 그 동네의 가을 하늘은 세상 어디보다 푸르렀다. 밭일나간 엄마를 기다리다가 떫은 맛이 채 가시지 않은 감을 따려고 감나무를 오르던 일, 밤나무에 돌을 던지다 떨어진 밤송이 가시에 찔렸던 일, 모래가 깔린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강가까지 햇빛을 받아 노랗게 반짝이며 흔들리는 벌판을 그저 뛰어가던 일. 자갈을 정성스레 쌓아올리며 소꿉놀이를 하던 숙영이 얼굴. 그리고 양지바른 곳에 누우면 성긴 산그림자 드리운 강물 흐르는 소리, 우수수 낙엽지는 소리, 동네 끄트머리 집 개 짖는 소리, 골목길 아이들 떠드는 소리. 이내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물안개 핀 강물 건너편에서 희미하게 손짓하고 있다. 아렴풋한 풍경을 끝끝내 잡고 싶은 건 과한 욕심일까.

 

예천 회룡포.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