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사진가 강영호

영화를 만들 때 2명의 감독이 있다. 한 사람은 2시간 짜리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고, 또 한 사람은 2시간의 영화를 단 한 컷으로 만들어 내는 감독.

영화포스터 사진작가 강영호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한 장의 사진에 그 영화의 모든 것을 표현해내는......

인터뷰, 시월애, 불후의 명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단적비연수, 선물.... 최근 눈에 띈다는 영화포스터는 거의 그가 작업 한 것이다.

이런 많은 히트작을 낸 그가 사진경력이 4년 밖에 안되었다는 사실은 조금 놀라운 일이다. 그는 28살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접했다.

불문과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자신이 무대의상을 맡은 연극에'사진가 김중만'씨가 포스터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 때 사진을 찍던 그 의 모습에 너무 매료되어 사진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사진에 대해 교육을 받기도 전에 그는 혼자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많은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다시 우연히 만난 김중만씨에게 사진을 보여 주었는데 가능성이 있으니 한번 해 보라는 말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하게 되었다.
자유로운 마음으로 많은 사진을 찍고 있던 중 닉스 광고 기획자에게 보여 준 포트폴리오가 발탁이 되어 바로 패션광고사진을 찍게 되어 프로 사진가의 대열에 단시간 내에 진입할 수 있었다. 사진을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그는 예쁘게 찍어서 상대방에게 보여 주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이 그저 좋은 순수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에게 있어 사진이란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 점이 아니라 그것은 단지 사랑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러한 생각이 바탕에 있어서인지 그가 찍어 내는 사진들은 전부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생각이 있다면 새로운 생각이나 시각의 발전이 없다. 그 는 남들과는 다른 생각으로 사진작업을 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시도를 할 수가 있다.


[영화 '선물']

[영화'시월애']
영화포스터 작업은 먼저 영화사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시나리오부터 읽어본다.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면 작업을 하기로 하고, 철저하게 인물과 상황분석을 하고 포스터의 컨셉을 결정한다. 강영호씨는 계약을 할 때 처음부터 컴퓨터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포스터를 만드는 스탭들도 자신만의 팀을 구성한다. 자신이 결정한 컨셉에 맞는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담당자 등 전부 그와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함께 작업을 한다.또한, 그는 자신이 스타일리스트가 될 때도 있고, 메이크업을 할 때도 계속 의견을 제시하는 등 거의 모든 작업에 참여를 한다.

다른 포토그래퍼들이 사진에만 관심을 갖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경우이다. 그래서 자신을 아트디렉터라고 칭한다. 더 나은 사진을 위한 그만의 방법일터인데, 그것이 상당히 좋은 결과로 나타나 지금 영화시장에서는 강영호풍이 형성이 되고 있다.

영화촬영 기간동안 2번 정도 사진촬영을 한다. 사진촬영을 할 때면 하루 종일 촬영을 하지만, 감정이 살아 있지 않은 날이면 지체없이 작업을 그만두고 다음 번에 다시 시도를 한다.최근 한국영화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그가 마음놓고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요건이다.

특별히 성수기나 비수기가 없는 작업인데, 한국영화의 붐이 일면서 그만큼 작업도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당분간은 다른 것을 할 여유도 없다는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영화와 포스터의 관계는 매우 아이러니컬하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포스터는 그다지 이야기거리가 되지 않지만, 포스터로 인기를 얻은 영화는 그리 큰 재미를 못 보았다.

그의 징크스라고 하는데... 영화도 함께 잘되면 더없이 좋겠지만, 욕심 많은 그는 '영화보다 포스터가 낫네'라는 말을 듣길 원한다.




라고 강한 어조로 말하는 강영호.

우선 영화포스터는 단 한 장의 사진에 모든 것이 포함이 되어야하는 종합예술이다. 포스터에 시간+공간+드라마+감정 이 모든 것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영화포스터 작업을 할 때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을 버린다. 자신도 그것을 잊고, 피사체인 배우들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잊어야 감정에 더욱 충실히 할수있고, 더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그의 성격을 잘 나타냈던 일이 있었다. 얼마 전에 영화'파이란' 포스터 촬영을 하는데, 배우 최민식씨가 3류 건달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인천 어시장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서, 실제로 소주를 먹인 후 자연스러운 감정을 유도해서 찍었다고 한다.

결과는 정말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아닌 극중 인물에 완전 흡수된 모습을 보여 준다. 정말 멋진 일이다.

또한, 그는 매우 치밀하다. 배우의 얼굴에 상처가 난 장면을 찍으려면 본 메이크업 담당 외에 특수 분장사를 데리고 와서 작업을 하기도 하고, 허름한 옷을 표현하려고 올을 하나하나 뜯어내기도 했다. 사진에서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도 그는 신경을 쓴다.

[영화'파이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챙겨야 하고, 관리하고, 말솜씨도 좋아야 하고, 이렇듯 단지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엔터테이너의 기질 또한 필요한 직업이다. 배우들이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는 종합예술인이 되곤 한다. 배우들이 편한 마음이 되도록 연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곤 한다.

그가 오버액션을 하고 즐겁게 상황을 만들어 가면 배우들도 편안한 마음이 되고 그러면 정말 자신이 원하는 표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처음 만나는 배우들이었어도 그와 작업을 하고 나면 금방 친해지는 것도 그만이 가진 노하우가 아닐까... 얼마 전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배우랑 얼마나 친하기에 저런 표정을 잡았냐'고...

그에게 있어 이것보다 더 듣기 좋은 말이 있을까... 멋진 포스터를 찍어 내는 사람들에게 이 이상의 칭찬은 없을 것이다. 그는 그런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친하지 않았던 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한 자신에겐 매우 고집을 부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고집이 없는 사람이다. 그의 이러한 철칙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 직업에 많은 보탬이 된다.

그는 이 일을 커뮤니케이션 아트라고 달리 칭한다. 그 이유는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좋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배우와 일을 할 때도 그 배우의 카리스마에 압도가 된다면 결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없다. 상대방의 기에 압도되지 않아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간혹 일을 하다가 속상한 경우는 그가 생각한 사진이 아닌 다른 사진이 포스터로 결정이 되어 나오는 것이다. 몇 장의 사진을 영화사에 넘겨주면 최종 결정은 영화사에서 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문제가 있지는 않다.

작업을 하기 전에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기 때문에 대체로 원하는 사진이 비슷해서 의견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또 요즘은 강영호의 실력이 검증이 된 상태라 전적으로 신뢰를 하는 편이다.

그가 작업을 하는 스타일은 멜로의 감수성이다. 그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다. 배우를 만나서 사진을 찍을 땐 그 배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품는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면 그 마음이 그대로 사진에 투영이 된다. 마음속에 사랑이 넘쳐 나기 때문에 그는 지금까지 멜로영화를 주로 작업했다.

하지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이후 다른 장르의 영화들도 작업을 하는데, 역시 멜로의 감정으로 풀어낸다. 예를 들어 박중훈이 살인자로 나오는 영화 포스터를 그는 살인자의 섬뜩한 시선이 아닌, 살인자도 지닐 수 있는 자기연민의 감정이라든지 하는 그 내면의 인간적인 면을 찾아내었다.

이러한 그의 감수성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주로 네거티브필름으로 작업을 한다. 예전에는 슬라이드로 많이 작업을 하고 색보정 정도를 위해 컴퓨터로 약간 만졌었는데, 지금은 직접 네가로 작업해 인화까지 한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모든 표현을 할수있어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네가가 주는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영화포스터 사진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화려한 사진의 기술도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깊이가 있는가가 중요하다. 인생자체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깊이가 있어야 좋은 사진도 만들어 지는 것이다. 좋은 사진이란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사진이다.


[영화'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영화'인터뷰']
이러한 자신의 생각은 포스터 사진작가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충고란다. 사진기술보다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야 하고, 음악이나 미술, 패션 등등 다방면에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또한,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평소에 생활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만의 철학이라고 할수있겠다. 사진이란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내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착한 생각을 하고, 아름다운 생각을 하는 사람은 사진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베어 나오는 것이다. 사진은 대상의 리얼리티가 아니라 자신의 리얼리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착하게 살려고 한다. 그가 원하는 사진이 착한 사진, 남을 행복하게 하는 사진이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 계속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할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사진이 통하기 때문이다. 그의 감성이, 그가 보여 주는 표정과 몸짓들이 충분히 받아들여지는 곳이다. 그래서 그는 자유롭다. 그리고 편하다.. 그런 그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그의 사진들 역시 사랑스럽고 편안하다.

영화포스터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상품화 시킨 장본인...
사랑의 많은 추억과 상처를 지니고 있기에 사랑을 표현할 수 있다고 서슴없이 얘기하는 강영호...

자신의 모든 생각과 감정으로 상대방을 충분히 감동시킬 자신이 있다고.. 지금 그것의 표현 방법이 사진일 뿐이라고...

또다른 작품에서는 어떤 표정으로 우리를 감동시킬런지, 벌써부터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로 설레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