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고 초점은 나중에 맞춰”…’리트로’의 혁명

by 오원석 | 2011. 06. 24   (0) 디지털라이프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에게 촬영을 부탁했는데, 초점이 배경에만 맞고 정작 사람은 흐릿하게 나와 사진을 망친 기억을 한 번쯤 갖고 있을 것이다. 소위 ‘핀 나간 사진’이다. 사진에서 초점은 최대 과제인 셈이다.

하지만 초점이 빗나간 사진도 촬영 후에 초점을 제대로 수정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이 같은 걱정을 떨칠 수 있을까? 실리콘밸리 신생 벤처기업 ‘리트로‘가 이같은 새로운 사진 기술을 공개했다.

리트로가 내놓은 기술은 ‘라이트필드 포토그래피(Light-Filed Photography)’라는 기술이다. 일반 카메라가 사물에서 튕겨나온 빛을 전부 담을 수 없는 것과는 달리, 리트로의 라이트필드 기술을 이용하면 피사체에서 반사된 모든 빛을 포착할 수 있다. 공간의 모든 지점에서 모든 방향으로 움직이는 빛을 전부 담을 수 있다는 게 리트로쪽 설명이다.

사실 빛은 원래 모든 방향으로 움직인다. 카메라는 그 중 극히 일부의 빛만 받아들여 사진으로 만든다. 카메라에 달린 렌즈의 정밀한 굴곡이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에 맺히는 빛을 걸러 사진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렌즈의 굴곡에 의해 걸러진 빛은 흐릿하게 표현되고, 받아들인 빛에 대해서만 초점이 맞은 또렷한 물체로 찍힌다.

 카메라 렌즈는 원래 사람의 안구를 본떠 만들었다. 우리 눈은 가까이 있는 사물과 먼 사물을 볼 때 안구 주변의 근육이 다르게 움직인다. 안구 주변의 근육은 망막에 맺히는 빛이 굴절을 일으킬 수 있도록 수정체의 두께를 미세하게 조절한다. 최종적으로 걸러진 빛이 망막에 도달해 또렷하게 물체를 볼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리트로의 라이트필드 기술은 카메라 렌즈에 닿는 모든 빛을 거르지 않고 받아들인다. 사람의 안구와 오랜 역사를 지닌 카메라 렌즈 기술의 상식을 뒤집는 기술인 셈이다.

 리트로는 이 같은 라이트필드 기술을 이용하면, 사진을 촬영한 이후에도 사용자가 사진의 초점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2D 사진을 3D 사진으로 바꾸는 것까지 가능하다. 한 번 찍은 사진에 이미 모든 방향에서 도달한 빛의 정보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리트로의 이 같은 기술은 가까이 있는 사물은 또렷하게 표현하고 상대적으로 멀리 있는 사물은 흐릿하게 나타내는 ‘아웃포커싱’ 효과가 들어간 사진에서 특히 극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기존 아웃포커싱 사진은 카메라와 가까이 있는 사물에 초점을 맞춰 뒤쪽 배경은 흐릿하게 표현했다. 리트로의 라이트필드 기술은 이 같은 아웃포커싱 사진을 찍은 뒤에도 뒤쪽 배경으로 사진의 초점을 옮길 수 있다. 물론 모든 지점에 초점이 맞은 사진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이 살아 움직이는 셈이다.

라이트필드 기술의 장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어두운 곳에서도 플래시와 같은 보조장비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모든 방향으로 움직이는 빛을 담기 때문이다.

르네 잉 리트로 창업자는 리트로 블로그를 통해 “리트로의 사명은 낡은 카메라 기술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트로는 라이트필드 기술이 들어간 카메라를 늦어도 올해가 지나기 전에는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리트로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사진 초점을 자유자재로 옮기는 효과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lytro_1_50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