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향한 20년 사랑 한자리에…김중만의 ‘네이키드 소울’展
- 청초한, 때론 요염한 꽃의 속살-

 

 

미세하게 주름졌다 활짝 펴지는 화려한 꽃잎, 누르면 물기가 배어나올 듯 촉촉한 속살…

투명한 피부의 미인처럼, 때론 화려하고 요염한 요부처럼 천 가지 얼굴을 지닌 꽃의 매력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김중만의 꽃 사진전이 열린다.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제1전시장에서 이 달 13일까지 열리는 ‘네이키드 소울(Naked Soul)’ 전에서는

작가가 20년간 태국, 필리핀, 아프리카 등 세계를 돌며 촬영한 꽃 사진 50여 점이 전시된다.

 

사진가 김중만은 연예인들의 화려한 외양 속에 숨은 내면의 정서를 포착한 인물사진이나

감각적인 패션사진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김중만의 피사체에서 인간을 배제하고 보면, 가슴 떨리는 생명 찬가와 마주하게 된다.

‘동물왕국’ ‘아프리카 여정’ 등 과거 출간된 아프리카 동물사진집은

그의 생명 사랑에 대한 중간 결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김중만이 이번 전시에서 사랑에 빠졌다고 공표한 대상은 ‘꽃’이다.

20여년 전부터 찍어 온 꽃 사진이니만큼 단순한 풋사랑은 아닐 터.

그가 포착한 꽃의 얼굴은 풋풋함이 넘치는 아역배우처럼 청순하거나

오페라 가수의 드레스 자락을 살짝 들춘 듯 요염한 이미지가 공존한다.

패션화보를 연상시키는 색채의 향연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꽃은 언젠가 시들어 소멸하지만,

그의 사진 속에 남겨진 꽃은 가장 아름다운 생의 정점을 소중히 기록한다.

흐드러진 꽃다발의 아름다움만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한 송이 꽃에 담긴 오밀조밀한 매력을

알 수 없을지니, 김중만의 사진에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발견하는 것은

어쩌면 한 송이 꽃에 대한 몰입, 소멸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농밀한 애정인지도 모른다.